1358 단어
7 분

리튬 이온 배터리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이유

배터리를 충전한다는 것은 물을 억지로 산꼭대기로 퍼 올리는 과정과 같다. 에너지가 가득 찬 높은 상태(불안정)를 만들어 두었다가, 밸브를 열면 물이 아래로 쏟아지며 물레방아를 돌리듯 전자를 흐르게 만드는 원리다.

1. 음극에 전자와 리튬을 묶어둘 수 있는 이유#

리튬(Li\text{Li})은 화학 주기율표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가진 전자(-)를 가장 버리고 싶어 하는 성질(산화 경향)이 강한 원소다. 전자를 버린 리튬은 플러스 성질을 띤 리튬 이온(Li+\text{Li}^+)이 된다.

  • 충전할 때 (억지로 가두기): 충전기를 꽂고 전기를 밀어 넣으면, 양극에 있던 리튬 이온(Li+\text{Li}^+)들이 전해질을 건너 음극으로 이동한다. 동시에 외부 전선을 타고 배터리가 밀어낸 전자(-)들도 음극으로 강제 이동한다.

  • 탄소 그물(흑연)의 역할: 음극은 보통 벌집 모양의 탄소 층(흑연, Graphite)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극으로 넘어온 리튬 이온은 전자를 다시 만나 리튬 원자가 되면서, 이 흑연의 틈새(그물망) 사이사이에 차곡차곡 끼어 들어간다. litume-and-minus

전자가 음극에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전자를 강하게 붙잡아 주는 리튬 이온이 흑연 그물망 사이에 함께 갇혀서 서로를 전기적 인력으로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리튬이라는 원소의 ‘전자를 쉽게 주고받는 성질’과 흑연이라는 ‘원자를 가두는 구조’가 결합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2. 전류의 발생 - 양극을 향한 전자의 우회 도로 질주#

충전이 완료되면 음극은 리튬과 전자로 꽉 찬 ‘폭발하기 직전의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이들은 호시탐탐 전자를 좋아하는 양극으로 돌아갈 기회만 노린다.

  • 전해질의 차단: 배터리 내부 중심에는 양극과 음극을 가로막는 분리막전해질이 존재한다. 이 전해질은 아주 독특해서, 리튬 이온은 통과시키지만 전자(-)는 절대 통과시키지 못하게 막아둔다. 내부 직통로가 막힌 셈이다.

  • 노트북을 켤 때 (방전): 노트북 전원을 켜서 외부 전선(회로)이라는 ‘우회 도로’를 열어주는 순간, 음극에 갇혀 있던 전자(-)들이 전선을 타고 양극을 향해 폭발적으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이 전자의 질주가 바로 노트북을 켜는 전류가 된다. 전자가 전선을 타고 넘어가는 속도에 맞춰, 리튬 이온도 내부 전해질을 타고 양극으로 넘어가 결합한다.

how-electronic-created-by-litume-battery

3. 가만히 두어도 배터리가 닳는 이유#

배터리를 쓰지 않아도 닳는 현상을 자연 방전이라고 하며,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① 전해질을 뚫고 지나가는 ‘미세 누설 전류’#

이론적으로 전해질은 전자를 완벽히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물질은 완벽하지 않다. 분리막이 미세하게 손상되었거나 전해질의 절연 성능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음극에 갇혀 있던 전자들과 리튬 이온 중 극소수가 인간이 노트북을 켜지 않아도 전해질을 야금야금 뚫고 양극으로 몰래 넘어가 버린다.

② 내부의 원치 않는 화학 반응#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 양극재, 음극재는 끊임없이 화학 물질이 맞닿아 있는 공간이다. 온도가 높거나 시간이 지나면 외부 회로가 닫혀 있지 않아도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미세한 부식이나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리튬 이온과 전자가 소모되면서 배터리의 총 전력량이 줄어들게 된다.

“배터리의 충전 상태는 활시위를 끝까지 당겨놓은 활과 같다. 인간이 화살을 놓지 않아도, 시위의 탄성력과 바람에 의해 시위는 아주 미세하게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자연 방전은 엔트로피 법칙이 배터리에 가하는 불가항력적 누수다.”

결국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과 전자를 음극의 흑연 감옥에 억지로 가두어 둔 상태다. 그리고 가만히 두어도 배터리가 닳는 이유는 구조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전자와 이온이 내부의 불완전한 틈새를 타 어떻게든 결합하려는 미시적인 누출 현상 때문이다. 인간은 이 누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도 더 완벽한 분리막과 전해질을 연구하고 있다.

함께보면 좋은 글#